와이어드(WIRED)의 전설적 테크 기자 스티븐 레비가 무려 4주간 잠을 못 이뤘다고 합니다. 이유는 동료 기자들이 AI로 기사 초안을 쓰기 시작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나서부터였죠.
바쁘신 여러분들을 위해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레비는 “AI 초안 작성을 넘는 순간, 인간의 목소리와 영혼이 증발한다”며 강하게 반대했고, 이에 AI 활용 기자들은 “사라진 건 생각이 아니라 고역”이라고 맞받으며 저널리즘계 최대 논쟁이 시작됐습니다.
발단은 이랬습니다. 와이어드의 맥스웰 제프 기자가 테크 리포터 알렉스 히스의 AI 활용 워크플로를 보도하면서 시작됐죠. 히스는 인터뷰 녹취와 메모, 이메일을 AI에 입력해 초안을 뽑아내고, 약간의 수정만 거쳐 칼럼을 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두 개 칼럼을 ‘원샷(one-shot)’으로 완성했다고 합니다. “원샷이라는 건, 내가 거의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라는 게 히스의 설명입니다.
더 충격적인 건 포춘의 닉 리히텐버그입니다. 그는 지난 7월부터 8개월간 AI 초안으로 600건의 기사를 쏟아냈고, 지난 2월에는 하루에 7개의 바이라인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의 워크플로는 간단합니다. 헤드라인을 떠올리고 → 퍼플렉서티나 노트북LM에 초안을 쓰게 한 뒤 → 포춘의 CMS에 바로 붙여넣고 → 편집 한 번 거쳐 → 발행. 레비의 표현을 빌리자면 “피 한 방울 안 나는” 글쓰기입니다.
“사라진 건 고역이지 내 생각이 아니다” — AI 진영의 논리
히스는 비판 여론에 대해 단호합니다. “AI는 도구일 뿐이다. 대체된 것은 내가 애초에 하고 싶지 않았던 고역(drudgery)뿐”이라는 입장이죠. 그는 AI를 자신의 목소리로 훈련시켰고, 구독자 뉴스레터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직접 써서 ‘연결감’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포춘의 편집장 앨리슨 숀텔도 가세했습니다. “리히텐버그는 AI를 글쓰기 대체재로 쓰는 게 아니다. 여전히 야심 찬 취재와 분석, 재작업을 직접 하고 있다”며 ‘AI 어시스트(AI-assisted)’라는 표현으로 방어했죠. 하지만 레비는 냉소적입니다. “‘AI 어시스트’라는 말이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어서 이 단어 자체가 월급을 받아야 할 판”이라고요.
“글 쓰는 고통 자체가 사고 과정이다” — 레비의 반격
레비의 논리는 명확합니다. 스포츠 저널리즘의 전설 레드 스미스는 “칼럼 쓰는 법은 간단하다. 타자기 앞에 앉아 피를 흘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2026년의 기자들은 노트북 앞에 앉아 클로드나 챗GPT가 글을 쓰게 합니다. 피 한 방울 없이 말이죠.
레비에게 글쓰기란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고 관점을 형성하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빈 페이지에서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건너뛰는 순간, 진짜 사고도 함께 건너뛰게 된다”는 거죠. 히스가 “사라진 건 고역”이라고 말할 때, 레비는 “그 고역이 바로 생각”이라고 반박합니다.
마크 안드레센의 충격 발언, 그리고 Z세대의 분노
이 논쟁에는 실리콘밸리의 오랜 신념도 얽혀 있습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 마크 안드레센은 최근 팟캐스트에서 “내성(introspection) 자체가 인간 경험에서 최근에 생긴 불필요한 발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간의 표현은 순수한 정보 전달을 방해할 뿐’이라는 이 관점은, AI 초안을 옹호하는 이들의 밑바탕에 깔린 철학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반응은 Z세대(25~29세) 기자들에게서 나왔습니다. 히스에 따르면 이들은 AI 초안 활용에 가장 강하게 반대한다고 합니다. “AI가 내 커리어를 시작도 하기 전에 훔쳐간다”는 절박함 때문입니다. 베이비부머인 레비가 ‘장인정신’을 외치고, Z세대가 ‘생존’을 외치는 묘한 연대가 형성된 셈이죠.
레드라인은 어디인가 — 실무자에게 던지는 질문
레비도 AI를 완전히 배척하는 건 아닙니다. 그는 노트북LM에 인터뷰 녹취를 넣고 필요한 발언을 빠르게 검색하는 용도로 AI를 적극 활용합니다. 하지만 노트북LM이 “초안을 써볼까요?”라고 제안할 때마다 손을 거둡니다. “그게 내가 절대 넘지 않을 레드라인”이라는 겁니다.
이 논쟁은 단순히 기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마케터, 콘텐츠 크리에이터, 블로거, 유튜버 — 글과 콘텐츠로 먹고사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하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AI 초안을 써도 될까요?”에 대한 당신의 답은 무엇인가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 AI 초안 활용과 AI로 완전히 쓰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레비의 구분에 따르면 ‘리서치·자료 검색·녹취 탐색’은 허용선 안쪽, ‘초안 작성·문장 생성’은 레드라인 바깥입니다. 하지만 포춘의 리히텐버그처럼 AI가 쓴 초안을 ‘편집만’ 하는 방식이 과연 ‘어시스트’인지 ‘대체’인지는 논쟁의 중심에 있습니다.
Q. 실제로 AI 초안 품질은 어느 정도인가요?
히스에 따르면 자신의 스타일로 파인튜닝된 AI 초안은 ‘거의 손댈 게 없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다만 레비는 “아무리 내 목소리를 흉내 내도, AI는 실제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기에 인간적 표현의 일부만 재현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Q. 한국 언론계도 AI 초안을 도입하고 있나요?
아직 공식적으로 AI 초안 작성을 허용한 한국 주요 매체는 드뭅니다. 다만 일부 IT 전문 매체와 스타트업 미디어에서 조심스럽게 실험 중이며, 이 논쟁은 조만간 국내에도 상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AI 초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요?
레비의 프레임을 빌리자면, 자료 조사와 구조 설계까지는 AI의 도움을 받되, 실제 문장을 엮고 톤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는 인간의 몫으로 남겨두는 방식이 균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글의 핵심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와이어드의 스티븐 레비는 AI 초안 작성을 저널리즘의 ‘넘어선 안 될 선’으로 규정하며, 글쓰기의 고통이 곧 사고 과정이라는 본질적 논리를 폈습니다. 반면 AI 활용 기자들은 도구의 진화로 받아들이며 ‘고역의 자동화’일 뿐이라고 맞섰고, Z세대는 생존의 문제로 반발하며 복잡한 세대 구도까지 형성됐습니다. 이 논쟁은 결국 ‘효율과 인간성 사이에서 우리가 어디까지 양보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오늘 글이 콘텐츠와 창의성의 경계에 서 있는 여러분께 작은 이정표가 되셨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